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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원조 디바 김완선과 신의 정원을 거닐다
글쓴이 tntv 등록일 [2020.05.24]

 

원조 디바 김완선과 신의 정원을 거닐다. 90년대 초, 발군의 춤 솜씨와 청정 고음으로
지금 여자 아이돌 세대의 흥행을 예언했던 원조 디바 김완선! 한류로 전 세계를 누비는 대한민국 아이돌들의 빛나는 실력은 김완선의 등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2020년 그녀는, 여전히 전성기 모습 그대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데뷔 이래 공인으로서 묵묵히 소임을 다해온 김완선이 얼마 전 새로운 앨범을 내고 또 한 번의 비상을 시작했다. 오늘 정원과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녀와 함께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아있는 신의 정원을 걸었다.

원조 댄싱 퀸, 가수 김완선을 만나다


교수 신현실(이하 신현실)

안녕하세요? 김완선 씨가 오신다고 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햇살이 너무 좋아요.


가수 김완선(이하 김완선)

오늘 날씨도 좋은데 이렇게 의미있는 공간에서 힐링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본래 무덤은 산속이나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발달한 서울의 중심에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제가 가수 생활한 지가 30년이 넘었는데 너무 세속에서만 살았나 봐요.


신현실

이번에 새 앨범 발매 소식이 있던데요, 반응이 폭발적이라 들었어요. 소개 부탁드려요.


김완선

지난 4월 22일에 YELLOW와 High Heels 두 곡과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8곡을 합쳐 총 10곡을 담은 새 앨범을 출시했죠.


이번 앨범은 LP로도 발매했어요. 과거 LP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당시 신매체인 CD도 함께 발매한 최초 가수였는데, 지금은 CD와 다시 부활한 LP를 내고 보니 돌고 도는 세상에 감회가 새로워요. 『문화재사랑』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도 기쁘고요!


신현실

작년에는 에버랜드와 콜라보한 할로윈 테마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600만을 넘어 마치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원조 댄싱퀸의 건재함을 보여주셨죠. 화보에서 리즈시절 그대로의 모습은 세월을 역행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리 문화재같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지켜가고 있는 것 같아요.


01. 정릉 홍살문에서 신로와 어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  02.곡담과 석물에 대해 설명하는 신현실 교수
한복을 입은 두 사람이 그려져있는 지도. 오른쪽부터 정릉 홍살문, 정릉 신로·어로, 정릉 정자각, 정릉 능침(중종), 선릉 홍살문, 선릉 능침(정현왕후), 선릉 정자각, 선릉 능침(성종)이 표시되어 있다.

충효 사상이 담긴 성스러운 장소 왕릉


신현실

조선시대는 왕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 문화가 꽃을 피웠던 시기예요. 그중에서 왕릉은 왕과 왕비를 모신 곳으로 현재까지 원형이 보존된 국가 최고 통치자들의 무덤이자 충효를 실천하는 유교 문화의 상징적 장소랍니다.


김완선

이곳은 국가 최고의 어른을 모시는 곳이라서 그런지 잘 보존되어 있군요. 어느 왕께서 계시는 곳인가요?


신현실

선릉은 조선 9대 왕인 성종과 그의 부인 정현왕후의 능입니다. 능의 이름인 ‘선(宣)’처럼 실제 성종은 덕을 베풀고 유교 사상을 정착시켰으며 왕도정치를 편 분이죠.


또 정릉은 11대 왕인 중종의 능인데요. 처음에는 희릉에 모셨는데, 그곳의 풍수가 좋지 않고 문정왕후가 사후 중종과 함께 묻히길 원해 지금 자리로 옮겨졌어요. 하지만 문정왕후는 새로 옮긴 정릉의 지대가 낮아 홍수가 자주 일어나자 태릉에 묻히면서 결국 정릉은 중종만을 모시는 단릉의 형식이 되었지요.


김완선

듣고 보니 정말 슬픈 이야기네요.


03. 정릉의 능침에서 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설명하는 신현실 교수

신현실

지금 보시는 붉은 문은 붉은색의 기둥을 연결하는 나무 살을 박아 만들어서 홍살문 또는 홍전문이라고도 해요. 이곳에서부터 중종께 가는 성스러운 공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경계인 셈이죠.


김완선

홍살문 앞길에 돌들이 깔렸는데 길의 폭이 다르고 높이도 다른데요?


신현실

이 길은 신로와 어로라고 해요. 같은 길이지만 왼쪽이 더 넓고 높죠? 이곳이 바로 신로라고 해서 제례를 지낼 때 선왕의 혼령이 지나는 길이에요. 오른쪽 좁은 길은 참배하는 왕이나 헌관이 다니는 어로예요. 선왕의 혼령이 다니는 길을 높고 넓게 만들어 구분하고 선왕에 대한 공경과 효를 드러낸 거예요.


김완선

역시 부모에 대한 효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이네요!


도심 속에서도 아름답게 보존된 신의 정원


신현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왕릉의 핵심 공간인 능침인데요. 봉분의 앞을 제외한 삼면이 곡담으로 둘러져 있고 그 주변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성스러운 영역을 나타내고 있어요. 봉분에는 12개의 병풍석이 둘러져 있는데 왕비 공간에는 없어요. 능침을 중심으로 정면에는 혼유석이 있고 양쪽에는 양과 호랑이 석상, 장명등, 망주석 등이 배치되어 있어요. 혼유석은 말 그대로 영혼이 노니는 곳을 뜻해요.


04. 선릉 정자각에서 왕릉의 배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사람

김완선

이 귀여운 석상이 양과 호랑이군요. 너무 해학적이고 귀여운데 어떤 의미로 여기에 놓인 건가요?


신현실

양은 사악한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호랑이는 능을 수호하기 위해 배치한 거예요. 실제 능침에 호랑이가 나타났었다는 기록도 있죠.


김완선

호랑이가 나타났다니 정말 왕을 수호하는 영물인가 봐요! 여기 와 보니 그동안 모르고 있던 신기한 것들이 정말 많네요. 숲도 너무 잘 가꿔져 있고요.


신현실

서양의 그린벨트가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으니 조선시대부터 이어 온 왕릉과 주변 자연환경의 보호가 서양보다 훨씬 앞섰다고 할 수 있죠. 그와 더불어 왕릉은 풍수지리의 원리에 따른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독특한 전각, 시설물뿐만 아니라 의례가 결합한, 살아 있는 유교 전통이 이어져 자랑스러운 세계유산이 되었죠. 이곳을 둘러본 유럽 전문가들은 왕릉을 보고 ‘신의 정원’이라며 극찬했어요.


05. 신의 정원(선릉)을 산책하고 있는 두 사람

신현실

능에는 비각, 수라간, 수복방 등 다양한 건축물이 있어요. 그중 대표적인 정자각은 제사를 모시는 공간으로 건물의 형태가 한자의 정(丁)자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죠. 홍살문을 통해 어로를 지나 정자각에 도달할 때까지 능침은 보이지 않아요.


정자각 안에서 의례를 거행할 때 비로소 능침과 마주하게 되죠. 반대로 능침에서는 아래의 능역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데요. 선왕이 주변의 산수를 굽어 살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또 일조와 배수를 위한 것이에요. 선조들의 정원 조성 기술이 녹아든 절묘한 배치죠.


김완선

정말 그렇네요. 신기하게도 이곳에 와서야 능이 어느 정도 보여요. 그런데 동원이강릉… 어려운데요? 이게 뭐죠?


신현실

같은 산줄기에 좌우 언덕을 달리해서 왕과 왕비를 따로 모신 능의 형식을 말하죠.


김완선

가운데 건물은 부부라 하나로 같이 쓰시는군요.


신현실

이 왕릉을 관리하는 사람을 능참봉이라고 해요. 능을 살피고, 능역의 수목 관리와 감시를 맡았어요. 능참봉은 유학적 지식과 건축, 토목, 조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조선 최고의 왕릉 관리 전문가라 할 수 있죠.


김완선

저도 정원 가꾸는 일을 좋아하는데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능참봉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앞으로 이곳을 나만의 정원으로 정해두고 남들 모르게 자주 와야겠어요. 왕들의 기운도 받고요. 『문화재사랑』 독자 여러분도 왕의 기운을 듬뿍 받아 코로나19도 이겨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가수 김완선 씨가 사인을 들고 웃고있다. 문화재 사랑 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세요!


글. 신현실 문화재 전문위원 (우석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진. 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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