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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경인선 철길 따라 1899~2019’ 탐방
글쓴이 tntv 등록일 [2018.10.24]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알고 보니 더 정겹네"

발간일
2018.10.17 (수) 16:10


‘경인선 철길 따라 1899~2019’ 탐방

주말이면 경인선의 종착역인 인천역은 차이나타운을 찾아온 사람들로 붐빈다. 거미줄 같은 전철노선을 따라 인천역에 닿은 수도권 시민들은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먹고 고생창연한 건축물 사이를 거닐며 135년 전 인천 개항기의 세상속으로 빠져든다. 




어린 학생들 달동네 풍경 마냥 신기하고 재밌어해


가을 하늘이 맑았던 지난 일요일 아침. 학생과 시민 154명이 인천역 광장을 꽉 메웠다. ‘경인선 철길 따라 1899~2019’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과 부천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추홀구가 주최하고 동구, 부평구, 경기도 부천시의 협력을 받아 해반문화에서 진행을 맡았다.


▲인천역 앞 집결


해반문화는 지역과 문화를 사랑하는 인천시민들이 모여 1994년 창립한 시민문화단체다. 한국 근대화의 상징인 한국 최초의 철길, 경인선이 지나는 인천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부천지역 주변의 문화 공간을 탐방하면서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고 지역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코레일 후원으로 마련된 특별임시열차가 부천지역 참가자 40명을 싣고 오전 9시 20분 부천역을 출발하여 인천역에 도착했다. 인천 각 지역과 부천에서 온 참가자들은 경인선을 처음 달렸던 증기기관차가 그려진 하얀색 기념 티셔츠로 갈아입고 인천역을 배경으로 한데 모였다.

 

“오늘 경인선 주변의 근대문화유산을 여러분의 발길로 걸어보는 겁니다. 다함께 외쳐 볼까요. 경인선 철길 따라, 화이팅!” 해반문화 최정숙 이사장의 힘찬 외침과 함께 경인선 탐방이 시작됐다. 4개의 팀으로 나뉘어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부천시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필자는 동구 탐방대에 합류했다. 동구 탐방대는 부천에서 임시열차를 타고 온 중림초등학교 6학년 학생 4명을 포함해 인천 지역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부모님 모두 25명이 참가했다. 해설을 맡은 향토연구가 유동현 선생님과 안내를 해줄 해반문화 지킴이 5명이 동행했다. 

 

첫 탐방지인 수도국산은 대형버스로 진입이 어려워 언덕 아래에 내려 오르막길을 걸었다. 길 주변 마을은 개발구역으로 벽에 붉은 페인트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린 빈집이 많았다. 곧 철거되고 윗마을처럼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고 한다.


▲달동네박물관


묘한 풍경을 뒤로하고 꼭대기에 오르니 ‘달동네박물관’이다. 1960~70년대 동네어귀, 구멍가게, 재래식 화장실 등 달동네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어린 학생들에겐 옛 풍경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양이다.




배다리 헌책방거리, 옛 추억의 공간


함께 온 친구들끼리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뛰어다니면서 이곳저곳 재미나게 들락날락 거렸다. 인성여고 1학년 6반 6명 단짝 친구들은 신발을 벗고 작은 방에 들어가 이야기꽃을 피우며 깔깔 거리고, 동네 골목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달동네박물관


기획전시실 바닥에는 1947년부터 2014년까지 송림동이 변해 온 모습을 짧은 시간에 담아낸  동영상이 투사되고 있었다. 서림초등학교 3학년 김준우 학생은 바닥에 비춰진 영상 위로 올라가 한참을 관찰했다.


“우리 서림초등학교가 여기예요. 우리 아파트는 여기구요. 우와, 우리학교는 1947년에도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이 계속 많아지고 도로도 생겨요.” 작은 집들로 가득했던 송림동 달동네가 2002년 철거되고 2005년 달동네박물관과 공원으로 바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배수지


박물관을 나와 ‘배수지’로 이동했다. 유동현 선생님은 이곳에 설치된 조형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조형물들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일제시대에 이곳에 배수지를 만들고 수도국이 생기면서 이 산을 수도국산이라고 불렀어요. 수도꼭지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은 그걸 상징하는 거예요. 저기 물속에 있는 한우 조형물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언덕 아래에 동명초등학교가 있는데, 그곳이 옛날에는 동경제대 수의학과 연구소였어요. 한우에서 천연두 백신 성분을 추출하고 연구하던 곳으로 이곳에 목장을 만들고 소를 키웠지요.” 이곳을 여러 번 왔는데도 물속에 있는 한우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알아야 보이는 모양이다.


100년이 넘도록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도국의 닳아진 대문 기둥과 계단을 유심히 살펴보고 손끝으로 느껴보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담하고 아름다운 원형 제수변실 건물을 보고 옛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뛰어난 건축 솜씨에 감탄하기도 했다.


▲헌책방 골목


수도국산을 내려와 길을 건너 배다리 마을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인 조선인촌주식회사가 있던 터를 지나 배다리 헌책방 골목을 거닐었다. ‘아벨서점’에 들어가 책장 사이사이 공간을 둘러보고 맘에 드는 책을 사기도 했다.

​배다리 공예상가 - 천연비누 만들​기


다음은 체험 시간이다. 헌책방 골목 입구 지하에 있는 ‘배다리 공예상가’로 내려가 천연비누를 만들었다. 한세정 강사가 가르쳐 준 대로 깍둑썰기 해서 녹인 비누베이스에 장미입욕제와 동백기름, 글리세린을 넣고 저은 후 하트모양 틀에 부었다. 


색과 향이 고운 천연비누는 여드름이 돋기 시작하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슬슬 배가 고파질 즈음 추억의 주먹밥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커다란 플라스틱 그릇에 밥과 반찬, 김 가루를 이용해 주먹밥을 만들기도 하고 컵밥을 만들기도 했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점심을 함께 나누고, 그 사이 굳어진 비누를 챙겨 들고 다음 탐방지로 나섰다. 




소성주 만들던 양조장이었던 ‘스페이스 빔’


쇠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우각로를 따라 걸었다. 지금 우리 눈에는 좁은 도로로 보이지만, 이 길은 경인선이 생기기 전부터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신작로였다. 커다란 깡통로봇이 서있는 스페이스빔 건물로 들어섰다.


▲스페이스빔


예전에는 소성주 막걸리를 만들던 양조장이었는데 옛 모습을 그대로 재생해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페이스빔의 민운기 대표가 공간을 설명하고 안내해 주었다. 건물 뒤쪽이 경인선 철로와 닿아 있어 지나가는 전철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경인선 탐방이 오감으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최근에 복원한 1층 한옥 모습이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우각로에는 길만큼이나 오래된 학교 두 곳이 있다. 창영초등학교와 영화학교가 그곳인데, 교정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새로 지어진 건물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창영초등학교는 3.1운동의 진원지이며 육군 소령 강재구와 야구선수 류현진의 모교이기도 하다. 


동구 탐방대의 어른들은 강재구 소령의 희생을 기억했고, 아이들은 류현진 선수의 승리를 응원했다.


 여선교사 숙소


마지막으로 1905년에 지어진 여선교사 숙소를 탐방했다. 
서양식의 아담한 2층 벽돌 건물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오늘 스태프로 참여한 박세빈 학생(재능대 실내건축과 2학년)은 이 건물에 사용된 건축 재료들과 디테일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했다. 


오늘 탐방에 참여한 최고은 학생(인성여고, 1학년)은 해반문화에서 진행했던 청소년 문화유산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얼마 전 있었던 ‘개항장 밤마실’에서 문화해설을 맡기도 했다. 


“며칠 전 중간고사가 끝나서 반 친구들과 함께 탐방에 참여했어요. 집이 도원역 근처예요. 우리 동네에 볼거리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특히 스페이스빔 건물이 좋았어요. 처음 보는 공간이었거든요. 친구들과 함께여서 더 재미있었고 사진을 많이 찍어서 좋았어요.”


기차가 보행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이동거리의 측정 기준은 공간에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경험으로서의 공간을 속도의 편리함과 바꾸면서 길과 사람의 관계가 사라졌다. 


오늘 경인선 철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던 역사의 공간들이 신세대들과 다시 관계를 맺고, 오늘의 일상에 과거의 기억들이 아로새겨지길 바래본다.



‘경인선 철길 따라 1899~2019’ 프로그램은 11월 11일 일요일에 한차례 더 진행된다. 해반문화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고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문의  www.heaban.org,  761-0555



글, 사진 박수희 I-View 객원기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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