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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숫자로 본 '승정원 일기'...번역에만 60여년
글쓴이 tntv 등록일 [2015.12.27]


번역에만 60여년… 국왕의 한숨까지 기록한 日記

입력 : 2015.11.18 03:00 | 수정 : 2015.11.18 06:09

-숫자로 본 '승정원 일기'
94년 착수했지만 완역은 2062년
일일이 원문 확인, 작업 까다로워

승정원 일기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황제가 얼마 뒤 갑자기 일어나 단(壇)을 내려가 오줌을 누었으므로 주상(主上) 또한 일어나 단을 내려가 동쪽 모퉁이로 나가서 휴식했다."

1637년 1월 30일 병자호란에서 패한 조선 인조(仁祖)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三田渡·지금의 서울 송파구)에서 청 태종에게 항복했다. 이날 인조는 청 태종 앞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렸다. 이른바 '삼전도의 굴욕'이었다. 그 뒤에 청 태종이 소변을 보러 나가자 인조가 그 틈에 잠시 쉬었다는 내용까지 빼곡하게 적힌 기록물이 바로 '승정원(承政院) 일기(日記)'〈사진〉다.

이 일기는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에서 그림자처럼 국왕을 수행하면서 적었던 '속기록'이다. 승정원 일기에는 국왕의 주요 일정과 참석한 관리의 명단, 신하들과 주고받은 이야기, 그날의 날씨까지 일기 형식으로 깨알같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정리한 '2차 편집본'이 실록이다.

태조~광해군의 승정원 일기는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등으로 소실됐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1623~1910년의 일기만 총 2억4300만자(3243책)에 이른다. 조선왕조실록(4800만자)이나 '팔만대장경' 목판본(5000만자), 역대 중국 역사를 기록한 '이십오사(二十五史·3996만자)'의 5~6배 분량이다. 이 같은 사료적 가치 때문에 '승정원 일기'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숫자로 보는 '승정원 일기'
'승정원 일기' 번역은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국고전번역원(원장 이명학)의 최대 사업이기도 하다. 고전번역원은 지난 1965년 11월 최현배·이병도·이은상·김동리·박종화 등 문화계 원로들이 한자 고전을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창립한 민족문화추진회의 후신(後身)이다. 1994년 '승정원 일기' 번역 사업에 착수했지만, 전체 2억4300만자 가운데 4000만자를 번역해 공정률 17%에 머물고 있다.

고종 일기부터 번역 작업을 마쳤고, 인조 일기부터 다시 번역 작업에 들어가 현재 영조 일기를 번역 중이다. 전체 완역(完譯) 예상 시점은 2062년이다.

번역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우선 흘림체인 한자 초서(草書)로 작성하다 보니, 일일이 원문을 확인하는 작업 자체가 까다롭다. 조선왕조실록이 상대적으로 핵심만 기록하고 문장도 정제된 반면, 승정원 일기는 내용이 상세하고 길다. 영조 7년(1731년) 3월 13일의 경우 조선왕조실록은 34자(字)에 불과하지만, 승정원 일기는 6769자에 이른다. 번역자 1명이 한 해 번역하는 분량은 평균 9만2000여 자 정도다. 그나마 매년 2차례 '번역 평가'에서 오역(誤譯)이나 어색한 표현으로 감점을 당해 85점(100점 만점)을 넘지 못하면 재번역해야 한다. 재번역에서 또다시 85점을 넘지 못하면 역자 위촉이 중단된다.

'승정원 일기' 번역 예산과 인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청신호'다. 번역 첫해였던 1994년에는 2억3600만원을 투입해 33명이 번역 작업을 맡았다. 올해는 12억3100만원, 43명으로 늘었 다. 깐깐한 '번역 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키우는데 최소 7년(연수과정 3년, 전문과정 4년)이 걸린다. 이명학 원장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착안한 역사 드라마와 영화들이 한류(韓流)를 일으킨 것처럼, 조선 역사의 보고(寶庫)인 '승정원 일기'도 완역되어 작가와 연출가·감독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다면 또 다른 한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17/20151117041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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