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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왕부터 노비까지 즐겨쓴 '만인의 문자'.. 한글의 寶庫가 열린다
글쓴이 문화재방송.한국 등록일 [2020.11.11]

 ①200년 전 일본에 표류한 조선인 12명을 그린 일본인 화가의 초상화 위에 안의기 선장이 한글을 쓴 ‘조선인일본표류서화’. 상단의 글씨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내용이다. /개인 소장

①200년 전 일본에 표류한 조선인 12명을 그린 일본인 화가의 초상화 위에 안의기 선장이 한글을

 

쓴 ‘조선인일본표류서화’. 상단의 글씨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내용이다. /개인 소장
 

 

 


[ㄱ의 순간] 왕부터 노비까지 즐겨쓴 ‘만인의 문

자’… 한글의 寶庫가 열린다


[조선일보 100년 한글특별전 ‘ㄱ의 순간’] 역대 최대 규모의 한글 특별전, 내일 개막



 

“고향 떠나 멀리 와서….”

1819년 강원도 평해를 출발한 조선인 선원 12명이 표류한다. 일본 돗토리 앞바다에서 발견된 안의기 선장 등 12명은 이후 마을로 이송돼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낯선 이국인에 대한 호의는 이들이 머문 약 4개월간 이어지는데, 의사를 배치하고 거처 인근에서 큰불이 나자 가마에 태워 ‘구출 작전’을 벌인 기록까지 남아있다. 어느 날 일본 화가가 조선인을 모아놓고 단체 초상화를 그렸다. 옷 주름부터 담뱃대, 얽은 피부 등의 면면도 상세히 묘사하고, 각기 이름과 나이까지 적어뒀다. 이 그림 위에 안 선장은 고향을 노래하는 한시(漢詩)를 한글로 옮겨 썼다. 한글과 일본화가 합쳐진, 본격 한·일 합작 서화가 탄생한 것이다.

②세종대왕의 명으로 수양대군이 한글로 석가의 일대기를 옮긴 ‘석보상절’(3권). /삼성출판박물관
②세종대왕의 명으로 수양대군이 한글로 석가의 일대기를 옮긴 ‘석보상절’(3권). /삼성출판박물관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조선인일본표류서화’다. 절반은 초상화, 절반은 진흘림체 한글로 이뤄졌다. 일본 돗토리현립도서관 소장 ‘표착조선인지도’의 또 다른 형태로, 200년 전 우리말·글의 적나라한 양태를 평민의 일상 언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현재 한·일 양국 우호의 전환기를 제안하는 뜻깊은 작품이다. 전시는 12일부터 내년 2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관과 한가람미술관 제7 전시실에서 열린다.

③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시 ‘새벽의 별’ 육필이 담긴 ‘단재 유고’. ④주시경 선생 등이 편찬을 시도한 우리말 최초의 사전 ‘말모이 원고’. /개인 소장·국립한글박물관
③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시 ‘새벽의 별’ 육필이 담긴 ‘단재 유고’. ④주시경 선생 등이 편찬을 시도한 우리말 최초의 사전 ‘말모이 원고’. /개인 소장·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의 정신과 철학을 품은 진귀한 유물이 존재를 드러낸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가장 먼저 등장한 불경언해서 ‘월인석보’(8권)와 세종대왕의 명을 받아 수양대군이 훈민정음으로 석가의 생애를 옮긴 ‘석보상절’(3권)뿐 아니라, 대유학자 퇴계 이황이 한문을 모르는 이들까지 쉽게 노래 부르며 익힐 수 있도록 국·한문 혼용으로 지은 ‘도산십이곡’, 명필 한석봉의 ‘천자문’ 초간본(보물 1659호)도 전시장에 나온다. 조선시대 경남 진주 지역 노비들이 쓴 글씨 ‘노비상계문서’도 공개된다. 상계(喪契)는 제사 치르는 일을 서로 돕기 위해 만든 계로, 주인의 명이 아닌 본인들의 일을 위해 주체적으로 작성한 문서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왕부터 노비까지 한글은 만인의 것이었다.

⑤‘말모이 원고’에 바탕해 1957년 완간된 ‘조선말큰사전’ 원고. /김연정 객원기자
⑤‘말모이 원고’에 바탕해 1957년 완간된 ‘조선말큰사전’ 원고. /김연정 객원기자

일제강점기 엄혹한 압제 속에서도 한글은 꿋꿋이 살아남았다. 한글을 지키는 것 자체가 독립운동이었다. 최근 보물로 지정돼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모습을 드러내는 ‘말모이 원고’ 원본은 그 대표적인 증거다. 주시경 선생 등이 집필한 한글 수호의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일제 탄압으로 사라졌던 원고는 광복 후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돼 1957년 ‘조선말큰사전’이 탄생했다. 역시 최근 보물로 지정된 ‘조선말큰사전’ 원본도 전시장에 나온다. 2014년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특별전에 잠시 외출한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외부에 노출된 적 없는 사료다. 다만 ‘말모이 원고’는 이달 22일, ‘조선말큰사전’은 18일까지만 전시되고, 이후 복제본으로 교체된다.

⑥고대의 조형 언어가 담긴 가야 토기 바리모양 그릇받침. ⑦조선시대 최초의 불경 언해서 ‘월인석보’(8권). /경상대박물관·삼성출판박물관
⑥고대의 조형 언어가 담긴 가야 토기 바리모양 그릇받침. ⑦조선시대 최초의 불경 언해서 ‘월인석보’(8권). /경상대박물관·삼성출판박물관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이 식민 치하에서의 심정을 드러낸 시 ‘새벽의 별’ 친필이 수록된 ‘단재 유고’ 원본도 처음 공개된다. 이육사 시인이 캄캄한 민족의 현실을 동굴 속 박쥐에 빗대 쓴 시 ‘편복’(蝙蝠) 친필 원고, 국어 문법표 등의 자료를 집대성한 국어학자 이규영 선생의 국어 연구서 ‘적새’ 원본, 독립운동가이자 대종교 창시자 나철이 단군 정신을 노래한 ‘거듭 빗노래’도 당대의 한글을 증명한다.

⑧조선시대 경남 진주 지역 노비들이 한글로 쓴 ‘노비상계문서’. /한국학중앙연구원
⑧조선시대 경남 진주 지역 노비들이 한글로 쓴 ‘노비상계문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글 창제 이전 점·선·면의 조형적 미감(美感)을 확인할 수 있는 ‘바리모양그릇받침’(가야)과 청동기시대 ‘청동거울’도 전시된다. 이는 현대 작가들이 재해석한 미술품과 호응하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모색한다.

⑨1936년 이육사 시인이 신석초 시인에게 보낸 엽서. ⑩이육사 시인이 민족의 현실을 동굴 속 박쥐에 빗대 쓴 시 ‘편복’ 육필. /이육사문학관
⑨1936년 이육사 시인이 신석초 시인에게 보낸 엽서. ⑩이육사 시인이 민족의 현실을 동굴 속 박쥐에 빗대 쓴 시 ‘편복’ 육필. /이육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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