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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문화유산 답사기]마음을 울리는 한국의 미-백제 고도의 길
글쓴이 tntv 등록일 [2020.06.26]

마음을 울리는 한국의 미-백제 고도의 길 눈으로 보는 여행이 있다. 반면 마음에 담는 여행도 있다. 1,500여 년 전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백제의 아름다움은 눈이 아닌 마음에 담는 여행이다. 공주를 출발해 익산에서 마무리하는 이번 여정은 비단처럼 곱게 반짝이는 금강을 따라 이어진다. 그 길은 다름 아닌 ‘백제 고도의 길’이다. 01.가파른 성곽에 오르면 금서루와 공산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진행하는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방문할 수 있도록 홍보한다.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에서는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을 지역과 특색에 따라 묶어낸 일곱 가지의 길(문화유산 방문코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일곱 가지 중 두 번째 길인 '백제 고도의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백제의 중흥을 이끈 웅진 시대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고 했다. 마곡사는 봄에, 갑사는 가을에 찾아야 제격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마곡사는 봄에 특히 아름다운 절이다. 부득이 제철은 놓쳤지만, 초여름 풍경에서 봄날 마곡사를 상상할 수 있었다. 물과 산이 어우러진 태화산 기슭에 자리한 마곡사는 640년 백제 무왕(?~641)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590~658)가 창건했다.


근대에 와서는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은신처로 삼았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광복 이후 백범은 다시 마곡사를 찾아 향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향나무의 품은 그리 크지 않다. 선생이 삭발했던 백범 삭발터, 은신했던 백련암을 챙겨 보고 발길을 돌린다.


다음 코스는 사적 제12호 공주 공산성(公州 公山城)이다. 공주시 산성동에 자리한 공산성은 백제 수도 웅진을 방어하던 성으로서 당시 웅진성(熊津城)이라 했다. 웅진은 공주의 옛 이름이다. 고려시대에는 공산성, 조선 인조 이후에는 쌍수산성(雙樹山城)으로 불렸다.


백제는 700여 년 역사 동안 세 번 수도를 옮겼다. 수도를 옮긴 때를 기준으로 개국부터 475년(문주왕 1)까지를 한성시대라 부른다. 고구려 장수왕의 위례성 침략으로 한강 유역을 빼앗긴 백제는 475년부터 538년까지 웅진시대를 맞이한다. 이 기간에 22대 문주왕부터 26대 성왕까지 5명의 왕이 재위했다. 그중 25대 무령왕 때부터 백제는 중흥을 맞았다. 마지막 사비시대는 538년부터 660년까지다. 사비는 오늘날 부여다.


02.금서루 성벽은 성 안으로 유지보수 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개방했다.

산성의 묘미, 발길 닿는 곳마다 느낄 수 있어

사적 제12호 공주 공산성(公州 公山城)은 금강과 맞닿은 공산(110m)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성곽의 길이는 총 2,660m이며, 성의 동서남북에는 네 개의 문이 있다. 남문은 진남루, 북문은 공북루, 동문과 서문은 각각 영동루와 금서루다. 매표소가 있는 금서루는 정문 역할을 한다. 공북루가 있는 북쪽은 금강과 맞닿아 있고, 다른 쪽은 경사가 급한 산비탈이다. 한눈에 봐도 천혜의 요새임이 분명하다. 공산성 성곽길은 오르내림이 심하다. 그 덕분에 길이 변화무쌍하여 걷는 재미가 있다. 한 바퀴 돌아보려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매표소가 있는 금서루 아래에는 비석 47기를 모아 놓은 비석군이 있다. 그 뒤를 따라 성곽이 이어진다. 꽤 맵시가 있다. 성곽을 따라 숲이 우거지고 유려한 성곽이 곡선미를 더해서다. 성곽에 꽂혀 있는 황색의 깃발도 멋스럽다.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거리며 휘날리는데 매우 역동적이다.


이들 깃발은 송산리 6호분 벽화에 있는 사신도를 재현한 것이다. 동서남북 각 방향에 따라 그림과 색이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바탕색은 귀족적인 황색으로 백제를 상징하는 색이고, 테두리 색은 사신도의 네 동물을 재현한 것으로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를 각각 배치했다.


금서루에서 오른쪽 진남루 방향으로 걷는다. 성곽을 따라 펼쳐진 길은 첫발부터 가파르다. 게다가 오른쪽은 낭떠러지라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는 순간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평탄면에 이르자 공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 걷지 않고도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으니 등산의 묘미가 있다. 가까운 곳에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과 조선시대 천주교인 순교지인 황새바위가 자리한다.


성곽을 벗어나 성 안으로 발길을 들이자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49호 공산성쌍수정(公山城雙樹亭)과 추정 왕궁지가 나온다. 인조는 1624년 이괄이 일으킨 난을 피해 공산성에서 6일간 머물면서 두 그루의 나무 아래에서 난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학수고대하던 난이 진압되자 인조는 기쁜 마음에 자신이 기댔던 두 그루의 나무, 쌍수(雙樹)에 정3품의 벼슬을 내렸다. 이후부터 공산성을 ‘쌍수산성’이라 부르게 됐다.


쌍수정은 1734년 영조가 인조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인조는 공산성에 피신해 있는 동안 임씨 성을 가진 농부가 진상한 콩고물이 묻어 있는 찰떡을 먹었다고 한다.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인조는 맛이 절미(絶美)라 칭찬했다. 이후 임씨 성을 가진 자가 진상한 절미라 하여 ‘임절미’라 불렀는데 이것이 오늘날 인절미의 원조다. 쌍수정 앞 너른 부지는 왕궁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다시 성곽을 따라 걷는다. 이전과 달리 성곽은 아래로 곤두박질치듯 가파르게 내려간다. 옴팍한 곳에 공산성의 남문인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48호 공산성진남루(公山城鎭南樓)가 있다. 조선시대 토성이었던 공산성을 석축성으로 고쳐 세우면서 함께 세운 것이다. 도로변에 있는 금서루가 정문으로 사용되면서 그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조선시대에는 충청·경상·전라에서 산물이 집결하는 삼남(三南)의 관문이었다.


진남루를 지나면 길은 다시 가팔라진다. 하지만 이전처럼 거친 석축이 아니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토성이다. 현재 공산성에 남아 있는 토성 구간은 476m이다. 1,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감추어져 있던 이 토성은 백제 특유의 판축기법으로 만들어졌다. 판축기법이란 판자로 틀을 만들어 그사이에 흙을 교대로 넣어 마치 시루떡을 쌓은 것처럼 지반을 다져가며 성을 축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쌓은 성은 매우 견고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법은 일본에도 전해진 우수한 토목 기술로 알려져 있다.


03.쌍수정 아래 넓은 터는 추정 왕궁지다.

공산성에는 마곡사에 은신했던 백범의 흔적도 있다. 공산성 동쪽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50호 공산성광복루(公山城光復樓)가 바로 그것이다. 광복루는 원래 공산성의 북문인 공북루 옆에 있던 누각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위치로 옮기고 웅심각(雄心閣)이라 불렀다.


광복 이후 백범이 나라를 다시 찾았음을 기리고자 광복루로 고쳤다. 광복루를 지나면 공산성 성곽은 금강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금강을 좀 더 가까이서 감상하려면 만하루와 연지가 좋다. 1754년(영조 30)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연지는 금강의 물을 가둬 성 안의 물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연못이 무너지지 않도록 돌을 계단 형식으로 쌓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탑을 거꾸로 세운 듯해 이색적이다. 연지 앞 금강을 마주한 만하루는 군사적 목적보다 경관을 감상할 목적으로 세운 듯하다.


만하루를 뒤로하면 가파른 성곽을 다시 올라야 한다. 길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한 까닭에 안전팻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기면 팔작지붕으로 지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37호 공북루(拱北樓)가 마중을 나온다. 공산성의 북문인 공북루는 금강의 남북을 오가는 통로였다. 1603년(선조 36)에 원래 있던 망북루를 고쳐 지은 후 공북루라 명명했다.


공북루를 지나면 마지막 지점인 공산정이다. 공산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덕택에 조망이 탁월하다. 특히 공주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해 온 국가등록문화재 제232호 공주 금강철교(公州 錦江鐵橋)가 한눈에 들어온다. 1932년 충남도청을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기는 대가로 세웠다고 전해진다.


04. 공주 마곡사에는 백범이 즐겨 썼다던 서산대사의 한시가 걸려 있다. 05.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강이 유려하다.

아름다운 백제 문화의 진수

1시간 남짓한 공산성 성곽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다음 목적지는 공산성에서 내려다본 사적 제13호 공주 송산리고분군(公州 宋山里古墳群)이다. 오르내림이 심했던 공산성이 등산이라면 이곳은 산책하듯 즐길 수 있다. 웅진시대 왕의 무덤이 모여 있는 이곳엔 무령왕릉을 포함한 7기의 무덤이 있다. 1~5호분은 돌을 쌓아 만든 석실분이고, 6호분과 무령왕릉은 벽돌을 쌓아서 만든 전축분(塼築墳)이다.


이들 중에서 주인이 밝혀진 것은 무령왕릉뿐이지만 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이 무려 4,600여 점에 달한다. 무령왕릉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모형관에는 당시 유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립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제161호 무령왕릉 지석(武寧王陵 誌石)과 국보 제162호 무령왕릉 석수(武寧王陵 石獸)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이 전시 중이다. 그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매우 사실적으로 제작된 무덤을 지키는 석수다. 고대 삼국 가운데 가장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 문화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백제인들의 발자취는 우리에게 이정표가 되리

06. 금강변에서 바라본 공북루

백제 고도의 길 다음 경로는 부여와 논산이다. 부여에는 사적 제5호 부여 부소산성(扶餘 扶蘇山城)과 사적 제58호 부여 나성(扶餘 羅城)이 있고, 논산에는 사적 제383호 논산 돈암서원(論山 遯巖書院)이 있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백제 고도의 문화유산이다.


백제 고도의 길 마지막 도시는 전라북도 익산이다. 익산은 사적 제408호 익산 왕궁리 유적(益山 王宮里 遺蹟)과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益山 彌勒寺址 石塔)이 있는 곳으로 경주·공주·부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고도 중 한 곳이다.


왕궁리 유적은 사비시대 수도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조성됐다. 발굴조사 결과 장방형의 궁장 내부에서는 왕궁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이 확인됐다. 남쪽에는 의례나 정치와 관련된 건물이, 북쪽에는 후원을 배치해 정사와 휴식공간으로 나뉘었다. 경내에는 국보 제289호 왕궁리 5층 석탑이 남아 유구한 역사를 지키고 있다. 왕궁리유적 전시관에는 당시 유물 300여 점과 왕궁을 재현한 모형이 전시 중이다.


백제 고도의 길 종착지 미륵사지는 동아시아 최대의 사찰 터로 손꼽힌다. 2019년 4월 보수를 마치고 준공식을 가진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석탑 중에서 가장 높은 석탑(14.24m)이다. 맞은편에는 1990년대 초 복원된 동쪽 석탑이 있다. 직접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으니 챙겨보자.


공주와 부여 그리고 논산과 익산으로 이어지는 백제 고도에는 우리보다 앞서 걸어갔던 백제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1,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그 발자취를 되밟는 것은 그들이 남긴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이정표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07.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송산리고분군 08. 왕궁리유적 출토유물 ⓒ익산시
여행정보 즐길 거리 # 제민천 거리 |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주변에 충남역사박물관, 제일감리교회, 공주하숙마을, 풀꽃문학관 등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행지가 흩어져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맛집이 많아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 공주한옥마을 |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한옥마을이다. 한옥 내부는 각종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하룻밤 머무르기 좋고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백제 전통문화체험도 가능하다. 한옥마을에서 출발하는 ‘세계유산길’도 다녀올 만하다. # 연미산자연미술공원 | 숲속에서 산책을 즐기며 국내외 작가의 작품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 중인 작품은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출품작으로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자연과 하나인 듯 어우러진 작품과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관객호응형 작품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문의 공주시청 관광마케팅팀 041-840-8084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041-830-2219 논산시청 관광체육과 041-746-5401 익산시청 관광마케팅계 063-859-5778 ‘백제 고도의 길’ 탐방 코스 ➊ 마곡사 ➋ 공산성 ➌ 부소산성 ➍ 나성 ➎ 돈암서원 ➏ 미륵사지 ➐ 왕궁리유적



글,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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