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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28) 명성황후의 사진을 찾아라!
글쓴이 tntv 등록일 [2020.06.22]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28) 명성황후의 사진을 찾아라!

“왕비는 마흔 살을 넘긴 듯했고 퍽 우아한 자태에 늘씬한 여성이었다. 머리카락은 반짝반짝 윤이 나는 칠흑같은 흑발이었고 너무도 투명하여 꼭 진줏빛 가루를 뿌린 듯했다.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우며 예지가 빛나는 표정이었다. 나는 왕비의 우아하고 고상한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한국과 이웃나라들’(1897)에서 묘사한 명성황후의 인상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발간되기 2년 전인 1895년 10월 8일(음력 8월 20일) 당시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가 궁중에 잠입시킨 낭인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명성황후의 초상화는 전혀 없어 정확한 모습을 확인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고종과 순종, 영친왕과 덕혜옹주 등 대한제국 황족 사진은 많이 남아 있지만 명성황후 사진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답니다.

1896년 미국 잡지 ‘드모리스트 패밀리 매거진’ 11월호에는 가체 어여머리를 올리고 손을 가운데로 모아 앉은 여성의 사진(왼쪽)이 ‘정장한 궁중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실렸지요. 이 사진은 1990년 국정 중등 국사교과서에 명성황후라고 소개되기도 했으나 기사에 ‘조선 왕비의 상궁’이라는 내용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교과서에서 삭제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명성황후 사진의 진위 논란은 잊을 만하면 불거지곤 했답니다. 이탈리아인 카를로 로제티가 1904년에 발간한 ‘꼬레아 꼬레아니’와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1906년에 지은 ‘대한제국 멸망사’에 실린 여성이 명성황후의 사진으로 알려졌으나 당시 조선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두 저자가 사진설명에 ‘명성황후’ 대신 ‘조선여인’이라는 표현을 쓸 리가 없다는 이유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독일 출신 사진 작가의 19세기 사진첩에서 ‘시해된 왕비’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오른쪽)이 공개됐으나 1890년대 미국립박물관 보고서 등에 ‘조선의 궁녀’라는 설명과 함께 실린 사실이 확인돼 진위 논란이 일단락되기도 했습니다. 명성황후의 삶을 그린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2009)의 주인공 수애(가운데)를 모델로 제작한 홍보물이 명성황후의 초상화로 둔갑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빚어졌지요.

이승만이 1910년 미국에서 간행한 ‘독립정신’에는 명성황후를 지칭하는 사진이 나오지만 평민용 적삼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의문입니다. 사학자 문일평이 1920년대에 쓴 ‘사외이문(史外異聞)’에는 “고종은 명성황후가 시해되기 전 궁중에서 사진 촬영을 한 사실을 기억하고 그 사진을 얻기 위해 수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했으니 명성황후의 사진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요.

잡지 ‘삼천리’는 1933년 9월호에 “민비의 낯을 보았다는 이가 없다”고 적었습니다. 명성황후의 사진은 왜 이토록 찾기 힘든 것일까요.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목숨을 건 정치싸움 때문에 암살을 우려해 노출을 기피했다는 설도 있고, 일본이 명성황후 시해 후 시신과 함께 사진을 전부 불태웠다는 설도 있습니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풀어야 할 역사의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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