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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세계 문화유산 답사기]바람이 머무는 특별한 섬, 판텔레리아의 문화유산
글쓴이 tntv 등록일 [2018.11.05]
바람이 머무는 특별한 섬, 판텔레리아의 문화유산 - 비테 아드 알베렐로(Vite ad Alberello) 이탈리아 남서부에 있는 지중해 최대의 섬이자, 수많은 민족들의 발걸음으로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존재하는 시칠리아 섬. 그곳의 해안 끝에 자리 잡아 더욱더 독립적인 기운이 강한 곳이 판텔레리아 섬이다. 이곳은 지중해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리적 환경 때문에 고대 이래로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가는 항로의 교차로였다. 이로 인해 일찍이 페니키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비잔틴 제국, 아랍인, 노르만족, 게르만족, 앙주 왕가, 아라곤 왕국, 에스파냐의 보르보네 왕국까지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스쳐갔고, 때문에 지금도 이 섬에서는 이들의 전통적인 문화와 언어가 얽혀져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다양성 속에서도 고유한 정체성과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01, 02. 판텔레리아 섬의 포도나무 재배 농부들은 포도나무의 가지 끝을 자른 ‘헤드 트레이닝(Head trained)’을 이용해 알베렐로를 재배하는 전통을 전승하고 있다. ⓒ유네스코

바람의 딸, 판텔레리아 섬의 포도재배 방식, 알베렐로

아랍인들은 판텔레리아를 ‘바람의 딸(figlia del vento)’이라고 불렀었다. 지중해의 중간에 위치하고 튀니지와 시칠리아의 해안 끝에 맞닿아 있는 조그만 섬 판텔레리아는 1년 사계절 내내 강한 바람이 숨을 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강력한 바람과의 싸움은 작물을 재배하여 삶을 영위하는 판텔레리아 섬만의 독특한 재배 방식을 만들어 내었고 섬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14년 11월 유네스코는 판텔레리아의 전통적인 토착 포도품종인 집비뽀(Zibibbo : 모스카토 알렉산드리아의 일종)와 이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알베렐로(Alberello) 방식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이 무형유산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보호하면서 판텔레리아 섬의 역사적 기억을 되살리고 어른과 아이들의 협동에 기여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고 수 세기 동안 섬과 주민이 맺어온 끈끈한 유대관계를 계속해서 이어주고 있다. 알베렐로는 이탈리아어로 ‘어린 나무’를 뜻한다. 말 그대로 판텔레리아 섬에 가면 키가 작은 포도나무들이 테라스의 형태를 보이며 줄지어 심어져 있는 모습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사실 알베렐로 방식은 굳이 판텔레리아 섬에서만 적용되는 재배방식은 아니다. 바람이 거세고 건조한 날씨를 가지며, 광활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지중해의 여러 섬들은 날씨의 특성과 땅의 조건 때문에 알베렐로 방식으로 작물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포도나무의 경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시칠리아에서도 특히 아프리카와 맞닿아 있는 판텔레리아 섬은 몹시 덥고 건조하며 바람은 1년 내내 멈추지 않는다. 이곳의 집비뽀 품종은 거의 대부분 알베렐로 방식으로 관리된다.


까다롭고 고된 재배과정

알베렐로 방식은 판텔레리아 섬에서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좁은 땅을 활용하여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를 재배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강한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돌을 이용해 낮은 벽을 만들어 포도밭과 밭 사이를 구분지어 놓으면 작은 테라스 모양의 포도밭이 만들어진다.

알베렐로 방식으로 관리되는 판텔레리아의 포도밭들은 항상 사람의 손이 필요한 어린 아이와 같다. 낮은 키의 포도나무는 가지치기를 할 때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허리를 심하게 괴롭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는 일은 그 일에 대한 대단한 열정과 자연에 대한 순응이 없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허리를 굽히는 일은 가지치기를 시작으로 강도는 더 심해진다. 포도가 영글기 시작하면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포도 잎을 정리해 주어야 하고 수확의 시기가 시작되면 일일이 손으로 포도송이를 따면서 정점을 찍는다. 이렇게 허리보다 낮은 높이의 포도나무, 계단식 모양의 포도밭, 사이사이의 바람막이 돌담, 일하는 사람들이 움직일 만한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작업을 해야 하고 여기에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합세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판텔레리아 Pantellerìa 지중해 시칠리아 해협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섬으로, 튀니지 해안에서
동쪽으로 60km, 시칠리아에서 남서쪽으로 100km 떨어져 있다. 맑은 날에는 튀니지가 보인다. 행정적으로 판텔레리아는 시칠리아 트라파니현에 속하는 코무네이다.

판텔레리아 섬의 보석, 파씨토 와인

판텔레리아 섬에서는 알베렐로 방식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고 여기서 얻은 포도로 와인을 양조한다. 섬의 날씨는 그 누구도 예측을 하지 못한다. 바람은 사계절 친근한 손님이지만 비와 우박, 가뭄 등은 다 익은 포도송이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이곳의 포도재배자들은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비해 수확의 시기보다 조금 일찍 포도를 수확한 후 포도송이를 줄기째로 햇볕에 말려 건조한 상태에서 와인을 양조하는 아파시멘토(Appassimento : 시들게 하는 것) 방식을 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와인이 파씨토(Passito : 스위트한 와인)이다. 판텔레리아의 알베렐로 방식의 포도 재배가 자연을 보호하고 순응하는 한 형태라고 정의한다면 아파시멘토의 양조 방식 역시 이곳의 자연적인 특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더운 열기로 당도를 올리며 포도를 말리고, 바람은 말린 포도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내내 이들을 건강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위트한 파씨토 와인은 현재 세계 최고의 스위트한 와인으로 국제 와인 비평가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사실 몇 십 년 전만 해도 판텔레리아 섬은 포도 재배와 판매에 따른 가난한 보수와 섬의 경제적인 발전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대부분의 포도밭이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타 지역과 시칠리아 자체 협회의 적극적인 투자로 현재는 450~500ha의 포도밭이 구제되었고,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와인을 양조하고 병입하는 와이너리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와인의 품질은 향상되었고 집비뽀 품종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곳의 파씨토 와인은 부드럽고 완벽한 구조감을 갖고 있으며 진한 아로마와 스위트하고 신선한 산도가 살아있다. 살구, 복숭아, 잘 익은 무화과 말린 향, 꿀의 냄새가 진하게 나고 또한 허브, 미네랄의 뉘앙스도 느껴진다. 이런 환상적인 맛을 가진 파씨토 와인은 블루치즈나 푸아그라(거위 간), 리코타 치즈로 만든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 견과류를 넣은 과자와 훌륭한 궁합을 보인다.

03. 판텔레리아 주민들은 저마다 땅을 소유하고 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을 적용하여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유네스코 04. 집비뽀 품종을 말린 것 ⓒ이정은 05. 비테 아드 알베렐로의 전승은 수년에 걸쳐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가정 내에서 효과적으로 전수되어왔다. ⓒ유네스코 06. 판텐레리아 섬 전경 ⓒ이정은 07. 판텔레리아 농부들은 아파시멘토의 양조 방식으로 포도를 말린다. ⓒ이정은


글. 이정은(Wine Review 편집장) 사진. Emanuele Pell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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